Tableaux.Printmaking

KOO JA HYUN

2011-05-23 - 2011-06-23

물질의 현현 : 빛의 고원

구 자현의 작품 세계는 판화의 잠재적인 미학적 가능성과 모노크롬 회화에 있어서의 작가의 독창적인 재해석과 예술적 장르로서의 심도깊은 재추구에 대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 이다. 이는 서구의 포스트 미니멀적인 경향과 일본의 모노하, 그리고 70년대 이후 한국의 단색파, 즉 서구의 미니멀 아트와의 차이를 주장하며, 물성을 통한 비물질성과 정신성에 그 특성을 두어온 모노크롬 회화라는, 매우 복합적인 관계와 장소속 어디메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구 자현의 작품 제작 과정 자체가 이미 작품의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데, 여러 마티에르들의 축적을 통해 건축적 공간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과 함께, 금지에 의해 매체 그 자체를 중첩시키며, 이를 표피로서 감싸면서 지층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초기 이태리 회화에서 사용되었던 방법인 젯소, 석고를 붙여나가는 준비 과정을 통해 점층적으로 구축되어지는 복합적인 표면위에, 금지나 그 외 색채들을 사용하는 오랜 침전 작용에 의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르네상스 시대 템페라 기법을 상기시키는 작업 과정의 반복은 여러겹으로 지층화된 고원을 창조하며, 수많은 흔적들과 자국들이 가로지르는 표면위에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그림자와 빛들에 의한 정신적인 장으로서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렇듯 손에 잡힐듯 물결치는 표면의 펼쳐짐으로서의 지형학적 추상(abstraction topologique)을 토포-그래피적(topo-graphie)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 이다. 이는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고유한 전시 공간 그 자체를 감싸는 장소이자 환경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피라는 말이 의미하는 시간성의 개념으로서, 표면 뿐 아니라, 작업 과정의 전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이다. 이와같이 구 자현의 작품은 물질의 현존과 그의 지형학적 펼쳐짐을 통한 독특한 추상의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렇듯 외피에 감싸여진 내재성의 평면은 그 유동적, 리퀴드한 액체적 지각속에서 우연한 제스츄어들에 의한 미시적 운동의 흔적을 솟아 오르게 하며, 재현할 수 없는 형상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금지, 혹은 백금지는 구겨지거나 또는 긁힌 듯한 상태로서, 다른 물질들과 겹쳐지는 층들을 통해 현존하며, 벽돌처럼 이어진 최소 단위의 사각형들과의 관계속에서 존재한다. 그의 작품들은 물질들의 지층과 다양한 텍스츄어속에서, 때로는 조심스럽게 벽에서 떨어져 나와, 마치 조각적인 차원의 효과를 부여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처럼 공간속으로 나아가 물질적, 신체적 현존을 드러내는 행위의 과정은 금지화에서 발산되는 광휘를 통해 어느정도 완화된다고 볼 수 있을 것 이다. 복합적이고도 미시적 사건들에 의해 구성되고, 세심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의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태로서의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앙포르멜적이고 비결정적인 형상속에서, 생성(devenir)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금빛, 혹은 백색의 표면은 빛의 차이와 관객의 신체 이동에 따른 변화에 의해, 흔들리며 반사하는 빛과 텍스츄어의 변화속에서 거의 환각적인 운동감을 창출하게 된다.

구 자현의 작품에서 시각과 촉각은 구체적 물질과 빛에 의한 이미지속에서 서로 수렴되는데, 이는 만질수 있는 것과 볼 수 있는 것 사이의 관계를 살이라고 언급한 메를로 퐁티의 개념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이는 또한 베르트랑 라비에의 물질성으로서의 사물성(Chose)을 강조한 작품을 상기시키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구 자현의 작품에서는 오브제 표면을 감싸는 빛의 후광에 의해 작품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백색, 혹은 금빛의 발광속에서 비물질적 감수성으로서의 빛이라는, 물질에서 무한대에로의 경험에로 이르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 자현의 작품은 오히려 이브 클라인 혹은 정신적인 빛의 환경을 창출한 제임스 터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처럼 구 자현의 작품에서 눈부신 빛의 차이에 의해 변화하는 물질의 유희에 의해, 만져질듯 감각적인 빛으로서의 작품이라는 신체가 부유함을 볼 수 있다. 이에 서구 미술에서 이콘을 상기시키는 금색은 동시에 전통적 불교와 동양에서의 왕의 존엄성과 고귀함의 상징으로도 표현되는데, 빛나는 광채는 또한 이러한 정신성과도 분리될 수 없는 것 이기도 할 것 이다.

회화에서의 엄격한 미니멀리즘적 성격에 비해, 구 자현의 판화 작품은 좀 더 직접적인 표현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이는 나무, 종이등의 판화라는 물질로서의 매체와 신체적 제스츄어 사이에서의 직접적인 만남에 의해 빚어내는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신체의 제스츄어와 흔적이 인덱스적 기록으로 드러나며, 파내어져 비어있는 것 으로의 형상의 드러남은 종이위에 등록되는 물질의 찍힌 자국이자, 부재의 흔적으로서의 뺄셈 과정에 의한 것 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처럼 매체와의 즉각적 만남에 의한 구 자현의 판화는 유동적으로 부유하는 빈 공간속에서 흔적, 부재로서의 또 다른 형상이라는 톰블리의 에크리튀르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관객의 신체를 능가하며 압도하는 거대한 크기의 판화 작업은 또한 추상 표현주의 회화를 환기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판화의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제스츄어의 흔적들이 가로지르는 표면이 마치 올오버(all-over) 페인팅과 유사한 탈중심적, 가역적이자 무한대로 팽창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며, 이러한 현상은 시리즈로서의 작품을 대할 때 더욱 더 증폭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숭고적 경험을 통해 비물질적인 회화적 감수성을 부여하면서, 아우라적 개성을 표현하고, 미시적 운동들에 의한 각 화면은 복합적인 디테일로서의 차이를 보여준다. 눈멈과도 같이 반짝이는 효과속에서 검고, 붉은 줄무늬 흔적들이 마치 씨실처럼 서로 얽혀 작용하면서, 그 다양한 강도속에서 한지 특유의 텍스츄어를 드러내는데, 이는 닥지로 불리우는 섬유 표면의 혼성적인 성격에 의해 그 촉각적인 차이와 역동성에 의한 진동에 의한 질감 때문이기도 할 것 이다. 이는 원이나 타원형의 작품에서도 그 역동성에 의해 벽에서 분리되어 마치 사라지는 듯한 그 어느 순간에 진동하는 미세한 뉘앙스와도 같은 것 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 이다.

그의 작품은 이와같이 빈공간과 물질, 반투명성과 빛, 정지와 존재 사이에서 위치하며, 무와 빈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오브제의 침묵과 명상속에서의 대화, 즉 비어있으나 무가 아닌 창조적 에너지로 가득찬 빈 중심에 대한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김수현 파리 큐레이터



KOO Ja-Hyun : Dazzling Matters

KOO Ja-Hyun’s works explore the esthetic potentials of engravings and are an attempt at re-elaborating the notion of monochrome, an artistic category which they re-read in a process of appropriation that lets us perceive KOO’s singular voice as an artist. KOO finds his inspiration in western post-minimalism, the Japanese movement Mono-Ha, and the art of the monochrome as it has been practiced in Korea since the 1970’s as a distinct form of artistic expression focusing on immateriality and spirituality.

In his works, KOO Ja-Hyun builds an architectural space through the accumulation of strata of diverse materials. His gold leaves are superimposed on one another on a stratified support. Layers after layers, the mixture of plaster and glue called “gesso”, used by the Italian Primitives, is the ingredient that forms complex surfaces on which gold leaves are put, in a slow process of sedimentation. This technique, evocative of the tempera of the Renaissance, makes it possible for KOO to create a stratified plateau, a mental field in which countless traces run across a surface where luminous and dark areas alternate in an ever-changing pattern. This undulating, tangible surface unfolds in what might be termed “a topological abstraction”, a “topo-graphy.” KOO does not create just a mere object, but a site, an environment which interacts with the space where his works are shown. On the other hand, the graph, the artistic writing, unfolds in time, strata after strata. KOO Ja-Hyun creates abstractions through the presence of matter and this experience of this topological process.

The surface covered with gold generates a plane of immanence when traces of minute movements and of fortuitous gestures emerge, in an act of fluid, liquid and luminous perception that makes it possible to give a representation of what cannot usually be represented. The gold leaves may be crumpled, scratched, presented in thick strata of diverse materials, displayed in small squares showing the gaps between the leaves. The size of some of KOO’s pieces, the fact that the paintings can be detached from the wall in a clearly perceptible manner, the diversity of the textures, the thickness of the layers of matter give his works a sculptural dimension: his pieces firmly fill the space as if they were claiming the right to have a material, corporeal existence. However, this claim is somehow toned down by the luminous halo emanating from the gold. Although the materials used by KOO are full of microscopic incidents and details, they are not, as such, the focus of his works: they are used as a means to open a potential becoming through an informal indefinite figure. The golden or white surface changes according to the quality of the external light and to the spectator’s position in space: reflections vacillate, and, thus, reveal a changing texture, in a semi-hypnotic movement.

In KOO’s works, the optical and haptical dimensions converge in an image made of tangible matter and of light, in that encounter of the tangible and the visible which Merleau-Ponty called “the flesh.” Such an artist as Bertrand Lavier focuses on the creative gesture that produces a piece of art as a Thing in its crude objectivity and materiality. On the other hand, KOO surrounds the surface of the object with a halo of light that transfigures it and insufflates life and movement in it, thanks to the white or golden sparkles of light constantly circulating on it. Light reconciles matter with infinity. In this respect, KOO might be said to be closer to Yves Klein or James Turrell, in the sense that these artists create environments that are filled with light and spirituality. For KOO, making a monochrome is acting on a piece of matter that is transmuted in a radiance which, as in a piece by Turrell, immerses the body in a sensuous and semi-tangible light. The gold is evocative of the icon in Western art, but also of the Buddhist tradition, and it is the symbol of kingship and nobility. Its radiance is intimately linked with majesty and spirituality.

When compared with his minimalistic paintings, KOO’s engravings may be seen as more directly expressive. They are the traces of the unmediated encounter between the materials involved in the engraving and the engraver’s physical gestures. The object the engraving represents is shown in an index, which is the inverted trace of the artist’s gestures: in order to create his shapes and figures, the engraver carves into the matter, and empties it, and the paper detaches itself from it to capture its print, which is a sign of the withdrawal of the matter. Painting is an addition of strokes of pigment on the canvass, but, on the other hand, what the engraving produces results from a subtraction, and is, thus, a trace of what is absent, a sign of absence. Although KOO’s engravings result from the artist’s physical action on a raw material that may be resistant and may require strenuous efforts, they may appear as light and fragile as the faint, half erased writings in Cy Twombly’s works, which are graphic traces displayed against an empty background, maybe another sign of absence.

As for some works by abstract expressionists, KOO’s engravings may overwhelm the human body because of their imposing dimensions that underline their physical presence. Their surfaces are filled with the traces left by simple repetitive gestures, which generates a feeling of likeness with all-over paintings, decentered, reversible and endlessly expanding. This feeling is intensified when the spectator faces a series of engravings. Thanks to this sublime experience of transcendence, and this immaterial pictorial sensation, each piece has its singular aura, which brings engraving closer to the art of painting.
Each piece is made different from the others due to a multitude of details and minute events. KOO’s engravings are the visual equivalents of the sound of crackling: just as the sense of hearing may be aroused by a continuous series of brief sounds when some wood is burning, the gaze is ceaselessly captured by innumerable sensations and shapes when you look at one of these pieces. The dots and lines, which may be red or black, that cross the surface of the engravings, with variable densities, vibrate in the characteristic texture of Hanji (the Korean paper made from the inner bark of paper mulberry) whose surface is neither neutral nor homogeneous, but, on the contrary, tactile and heterogeneous : the weft of the paper is clearly shown and is part of the piece ; it adds substance, vibration and depth to it. This dynamic quality may also be found in the round and oval shapes in KOO’s other works ; these shapes are dynamically underlined by lines of different colours, and, when they seem to be fading, they create, as a matter of fact, vibrating and subtle nuances and shades.

KOO’s works are between nothingness and materiality, between opacity and light, between suspension and existence. They talk to us, from the silence of a pictorial meditation, about the object that detaches itself from nothingness, from the void- a void which is not emptiness but which is filled with creative energy.

Sou-Hyeun KIM Curator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