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 to be seen tomorrow

PARK YOUNG HA

2012-03-23 - 2012-04-23

박영하

1980년대 초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박영하씨는 무려 57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니 그의 예술적 열정과 경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뛰어난 재능은 일찍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 총망받는 화가로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수상 1988/예술평론가협회 최우수예술가 선정 1991)
박영하씨는 1990년대 이후 국내무대보다는 국제무대로 외연을 넓혀왔다. 베를린, 멜버른, 요코하마, 함부르크, 상해 북경 등 국제적인 규모의 아트페어참가를 비롯하여 1992년부터는 시드니에 있는 애넌데일(Annandale)갤러리 전속작가로서 왕성한 작품발표를 해왔다.
일년에 반절은 전람회 관계로 외국에 나가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활동은 뜸했던 것같다. 처음에는 모험에 가깝게 보였던 그의 결단이 지금 와서보니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음이 판명되었다.
그는 말 수가 별로 없는 과묵한 작가이다. 얼핏보면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딴 사람이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받아 적기도 힘들 정도로 말의 속도도 빨라지고 어조도 뚜렷해진다. 역시 '그림'이란 말만 나오면 눈동자가 반짝이는 얼굴표정으로 미루어 천직이 화가인 것을 알 수 있다.
박영하씨의 말에서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박영하씨처럼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속이깊은 화가도 드물다. 자기중심적이기 쉬운 미술가의 생리에 비추어 의외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개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오인한다.
박영하씨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시선을 한눈에 잡아끄는 산뜻한 매력은 없어도 정감이 훈훈하게 넘쳐나고, 그래서인지 작품을 다 본 뒤에도 자꾸만 잔상이 남아 오랜 기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고 기억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감상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작가가 자기 작품을 보아줄 감상자에게 호의를 가지면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도 따듯한 반응을 보낸다는 것이다.
박영하씨는 관객이 있기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시켜주는 주인공은 작가가 아니라 관객이다. 관객이 없다면 예술작품은 존립근거는 말할 것도 없고 존재가치 마저 잃게 된다. 그러기에 예술가가 사람들을 보듬어안고 그들 곁에 있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관객은 단순한 소비자라는 관념에서 탈피하여 예술의 둘도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작품이 진정한 인간이해에 뿌리를 두지 않는 한 '예술가의 독주'는 자폐적 언어게임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자.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여인으 보듯이, 유구한 세월을 비바람과 싸우며 그 자리를 지켜온 듬직한 바위처럼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자연스럽게 다듬어진 표현, 수더분한 물질감, 자연적 색채 등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가 작품 곳곳에 묻어나 있거니와 이것이야말로 박영하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화면에는 덤덤한 색깔에, 소탈한 물질에, 수수한 구성이 펼쳐져 있다.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거나 흥분시키거나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려는 흔적을 읽어볼 수조차 없다.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며 세상이 속적없이 바뀌어도 변덕을 부리지 않고 우리 곁을 지키는 산천과 같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면서 사람들에게 친밀함을 나누어주고 심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핏줄을 곤두세우며 내세우지않아도 절로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작품을 제시하고 있는것이다.

"박영하의 회화는 바로 감성의 회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를테면 말레비치에 있어서처럼 정화될대로 정화된 지고의 감성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일상적인 삶에 순응하여 굴절을 일으키는 감성이며 그 굴절의 억양이 때로는 순박하게 때로는 투박하게 화면에 투영되는 것이다. 또 그러기에 그의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자유롭게 숨쉬는 삶의 공간일 수가 있는 것이다."(이 일,"명상을 그리는 회화"1986년)

서성록(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