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별곡

SHIN SUNG HY

2013-03-21 - 2013-04-21

신성희 - 누아주 여백을 창출하는 공간주의 회화

이번 전시는 신성희의 최근 유작전 이후, ‘누아주’라 일컬어지는 그의 2000년대 후기회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불어로 맺기, 잇기 혹은 엮음를 의미하는 누아주(nouage)를 조형언어로 삼는 그의 회화는 캔버스를 찢은 후 이것을 다시 섬유 직조 방식으로 엮어냄으로써 회화적 언어와 조각적 언어를 교차시킨다. 가히 ‘엮음 페인팅’이라 할 만하다.
작가는 먼저 캔버스 위에 점, 선, 면의 3가지의 조형요소를 드리핑, 칠하기 등의 방법론으로 전면회화를 일차적으로 구축한다. 이어 캔버스를 찢어 구축된 회화를 해체한다. 작가는 해체된 조각들을 다시 접고 촘촘한 엮음을 만들어내어 재구축의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작가는 최종적으로 페인팅으로 화면을 마무리한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은 ‘회화의 구축-회화의 해체-입체로의 재구축-입체적 회화의 변환’을 거쳐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캔버스뿐만 아니라 조각의 유형으로도 창출된 이러한 누아주의 조형언어는,〈공간별곡Peinture Spatiale〉이라는 일련의 제목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그의 회화가 공간주의 미학을 지향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폰타나(Lucio Fontana)가 캔버스의 표면을 베어냄으로써 표면의 심층으로 빠져나가는 해체의 네거티브의 공간을 통해 2차원 회화의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길 시도했던 것처럼, 신성희 역시 해체의 언어를 통해 회화적 평면의 한계를 탈피한다. 양자 모두 회화의 지지대인 표면(surface)을 해체함으로써 회화의 매체적 특성을 전복하면서 회화의 의미론을 다시 써나가는 것이다. 다만, 폰타나가 회화의 ‘해체’에 머무름으로써 그것의 본질적 의미를 되묻고 있다면, 신성희는 이 해체의 상처를 ‘누아주’라는 치유의 언어로 다시 보듬고 매만짐으로써 ‘회화’로부터 ‘회화적 조각’으로 재탄생시킬 뿐만 아니라 이어 ‘덧칠’이라는 회화적 언어를 통해 작품을 ‘조각적 회화’로 되돌려놓는다. 즉 신성희에게 있어 해체란 작품 완성을 위한 최종 언어가 아니라 치유와 재구축을 잇는 새로운 ‘생성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따름이다.
그 새로운 ‘생성의 공간’이라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가 캔버스의 천조각으로 색띠의 씨줄과 날줄을 만들고 직조한 매듭에서 발견되는 텍스츄어와 겹 사이에서 발견되는 그물망과 같은 ‘여백의 공간’에 주목한다. 물론 그것은 엮음의 과정에 투여되지 않고 남아있는 빈 캔버스의 면으로부터 먼저 촉발된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 여백의 본질은 ‘구멍’이라는 네거티브의 공간에 존재한다. 그의 회화에서 구멍의 공간은 엮음이 창출하는 겹의 이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것은 흥미롭게도 조각적 방식 혹은 반회화의 조형언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그의 ‘물질적 회화의 공간’ 안에서 찾아지는 ‘비물질적 공간’이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투과와 음각의 네거티브의 공간이지만, 개념적으로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무한 생성의 공간’을 창출하는 공간이 된다. 엮음의 이면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구멍으로서의 생성의 공간은 그의 회화를 ‘행함’과 ‘행하지 아니함’ 사이에서 모색되는 ‘여백의 공간주의’라는 동양의 미학마저 넉넉히 실천한다.

김성호[미술평론가]